공지디자인에 둘러싸인 등록디자인, 그 권리범위는 어디까지인가
-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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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여름철 횡단보도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마트 그늘막’은 이제 도로시설물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고, 그만큼 유사한 외관의 제품들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등록디자인과 전체적인 구조가 닮아 보이는 경쟁 제품은 언제나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게 될까요. 이번에 소개하는 특허법원 판결은 그 답이 ‘아니오’일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분기점이 바로 ‘공지디자인’과 ‘비례감’에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허심판원이 두 디자인을 유사하다고 판단하였음에도 특허법원이 이를 뒤집은 사건으로, 디자인권의 권리범위 해석에 관한 실무적 시사점이 풍부합니다.
Ⅱ. 사건의 개요
피고는 횡단보도에 설치되어 신호 대기 중인 보행자를 햇빛과 비로부터 보호하는 ‘도로시설물용 차양’에 관한 등록디자인(디자인등록 제940180호, 2017. 11. 13. 출원)의 권리자이고, 원고들은 이와 유사한 용도의 ‘스마트 그늘막’ 제품을 실시하고 있는 사업자입니다.
원고들은 2024. 3. 자신들이 실시하는 디자인(확인대상디자인)이 등록디자인과 주요 구성부분의 비례감, 구동부 정면 형상 등에서 상이하여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은 ‘세부 형상에 일부 차이가 있으나 공통점들의 지배적 특징에서 오는 유사한 심미감을 압도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특허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두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심결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 | 확인대상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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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양 디자인의 사시도 대비
Ⅲ. 법원의 판단
1. 공통점이 많아도, 공지된 부분이라면 무게가 빠진다.
양 디자인은
① 사각기둥 지지부 위에 한쪽 끝만 고정되는 외팔보 형태의 중앙지지대와 그 양측의 차양막이라는 전체 구성,
② 역사다리꼴의 중앙지지대 정면 형상,
③ 우산을 편 듯한 차양막의 경사,
④ 차양막 외주면의 유도판, 및
⑤ 저면의 2단 접이식 어닝까지 무려 다섯 가지 점에서 공통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공통점이 모두 선행디자인들(횡단보도용 대기소, 파고라, 접이식 어닝 등 10건)에서 이미 공지된 형태라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등록디자인이 공지의 형상·모양을 포함하는 경우 그 공지 부분에까지 독점적·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중요도를 낮게 평가해야 한다는 확립된 법리(대법원 2013다202939 판결 등)에 따라, 위와 같은 ‘추상적 수준의 구조적 공통점’만으로는 심미감이 유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선행디자인 1 | 선행디자인 2 | 선행디자인 3 | 선행디자인 4 | 선행디자인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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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외팔보형 차양 구조가 이미 공지되어 있던 선행디자인들(일부)
2. 요부를 추출할 수 없다면 ‘구체적 형상과 비례관계’의 전체 대비로.
법원은 수요자의 시선을 가장 끄는 개별 요부를 추출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는, 개별 구성요소를 각각 대비하기보다 양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대비하여 지지부·중앙지지대의 구체적 형상, 양자의 연결 위치와 구조, 차양막의 구체적 형태, 그리고 각 구성요소 사이의 상대적 크기의 비례관계를 종합 평가하여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3. 승부를 가른 것은 ‘비례감’이었다.
사시도를 중심으로 보면, 등록디자인은 넓은 폭의 중앙지지대에 그와 비슷한 폭의 차양막이 양쪽으로 돌출되어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깔끔한’, 중앙지지대의 형태감이 중심이 되는 미감을 줍니다. 반면 확인대상디자인은 좁고 길쭉한 중앙지지대를 중심으로 그 상면 폭의 약 3배에 이르는 넓은 차양막이 길게 돌출되어 ‘날렵한’, 차양막이 중심이 되는 미감을 줍니다. 여기에 확인대상디자인의 각진 중앙지지대 형상과 상부의 태양광 전지판 구조물은 ‘복잡하고 딱딱한 느낌’을 더하여 미감의 차이를 키웠습니다. 동일한 부품 구성이라도 구성요소 간 폭과 면적의 비율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정면도·평면도·저면도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되었습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 | 확인대상디자인 |
정면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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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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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면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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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중앙지지대와 차양막의 폭·면적 비례 차이(정면도·평면도·저면도)
4. 결합 구조의 차이가 심미감의 차이를 심화시켰다.
측면도에서 등록디자인은 중앙지지대의 후면이 지지부 측면에 결합되어 중앙지지대 하측부가 단절 없이 온전하게 이어지는 반면, 확인대상디자인은 지지부 상면이 중앙지지대 하측부를 쥐듯이 결합되어 하측부가 중간에서 단절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법원은 이러한 연결 형태의 차이가 전체적인 심미감의 차이를 심화시키는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 | 확인대상디자인 |
좌측면도(지지부-중앙지지대 결합 구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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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지지부와 중앙지지대의 결합 위치 차이
5. 접히는 디자인이라도, ‘최대로 펼쳐진 상태’의 비례가 기준이 된다.
등록디자인은 차양이 펼쳐지고 접히는 동작 상태를 참고도면으로 포함한, 형태 변화를 내재한 디자인이었습니다. 피고로서는 ‘어차피 접히는 차양이니 폭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해 볼 만한 지점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차양이 최대로 펼쳐진 상태에서의 전체 형태와 구성요소 사이의 비례감은 여전히 수요자의 심미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펼친 상태에서 느껴지는 심미감의 차이가 ‘접힐 수도 있다’는 사정만으로 상쇄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6.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철저히 ‘특정된 도면’ 기준이다.
피고는 원고들이 실제 설치한 제품의 실물사진을 제시하며 실시품의 외관이 등록디자인과 유사하다고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심판청구인이 특정한 확인대상디자인과 등록디자인의 도면을 비교하는 절차이므로, 설령 실제 실시품이 확인대상디자인과 달리 등록디자인에 더 가깝다 하더라도 이는 별도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이나 침해소송에서 다툴 문제일 뿐이라며 이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Ⅳ. 변리사의 시각 ― 출원·분쟁 단계 체크리스트
이 판결은 ‘등록을 받았다’는 사실과 ‘넓은 권리를 가졌다’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당소는 본 판결로부터 다음과 같은 실무 점검 항목을 도출하여 고객의 디자인 출원과 권리행사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 1. 출원 전 선행디자인 조사로 ‘공지 부분’과 ‘신규 특징부’를 구분한다
전체 구조가 공지되어 있다면 그 구조적 공통점은 권리범위 판단에서 사실상 힘을 잃습니다. 출원 전에 어느 부분이 진정한 신규 특징부인지 식별하고, 그 부분이 도면에서 명확히 드러나도록 출원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 2. 구성요소 간 ‘비례관계’의 변형안을 관련디자인으로 함께 확보한다
이 사건처럼 차양막과 지지대의 폭 비율만 달라져도 비유사 판단이 가능합니다. 핵심 제품이라면 비례를 달리한 변형 디자인을 관련디자인 제도로 묶어 출원하여 회피설계의 통로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3. 조형의 핵심이 집중된 부분은 부분디자인 출원을 병행 검토한다
전체디자인만으로는 비례 변경에 취약합니다. 중앙지지대 형상 등 창작의 핵심이 담긴 부분을 부분디자인으로 별도 확보하면 비례가 달라진 실시 형태에도 권리가 미칠 여지가 커집니다.
✔ 4. 형태가 변하는 물품도 ‘최대 전개 상태’를 기준으로 권리 설계를 한다
접이식·가변형 물품이라도 펼친 상태의 비례감이 유사 판단의 중심이 됩니다. 동작 상태별 도면을 충실히 작성하되, 보호가 필요한 상태가 여럿이라면 상태별 출원도 검토합니다.
✔ 5. 권리행사 전, 상대방이 특정할 ‘확인대상디자인’과 실제 실시품의 일치 여부를 점검한다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특정된 도면만이 판단 대상입니다. 상대방이 실시품과 다른 도면으로 심판을 청구하는 경우 그 특정의 적법성을 다투거나, 실제 실시품을 대상으로 한 침해금지청구 등 별도 절차를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 6. 기능적 부가물(태양광 패널 등)도 심미감 판단의 변수임을 기억한다
법원은 태양광 전지판 구조물이 주는 ‘복잡하고 딱딱한 느낌’을 미감 차이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침해 판단이든 회피설계 자문이든, 기능 부품의 외관 기여도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Ⅴ. 마치며
디자인권의 힘은 등록증이 아니라 ‘공지디자인과의 거리’에서 나옵니다. 당소는 출원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선행디자인 조사를 통해 고객 디자인의 진정한 특징부를 식별하고, 관련디자인·부분디자인 제도를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회피설계에 강한 권리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보유하신 디자인권의 권리범위 진단이나 경쟁사 제품에 대한 침해 검토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